자신을 혼자 떼어놓고 돌아갔다한시간쯤이나 지나고 나서야 민아는 자리에서

자신을 혼자 떼어놓고 돌아갔다한시간쯤이나 지나고 나서야 민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가 고파졌기 때문이다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그때부터는 허리가 굽어지는 것 같이 허기가 치밀었다 그래서 허겁지겁 주방으로 다가가 냉장고를 연 민아의 눈이 둥그레졌다 온갖 밑반찬이 쌓여 있었던 것이다 젓갈류는 물론이고 마른 찬 장아찌에 장조림까지 없는 것이 없었고 김치냉장고를 열자 김치 종류만해도 갓김치까지 5가지나 되었다 민아는 쌀통에서 쌀을 꺼내 압력솥에다 밥을 했다 밥이 익는 동안 냉장고에서 꺼낸 사과를 베어 먹으면서 민아는 그때서야 집 구경을 했다 방 세개에 베란다가 넓은 중국식아파트였는데 정돈이 잘 되어 있었고 가전제품도 모두 한국산이었다 여기서는 고급이다 안방의 옷장 문을 연 민아는 숨을 삼켰다 브랜드 제품인 옷이 수십벌이나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여자옷이다 그때부터 민아는 서둘러 벽장을 열고 서랍까지 뒤졌으며 화장실 옆에 쌓인 빨랫감까지 들춰 보았다 그러고는 길게 숨을 뱉고는 다시 응접실의 소파로 돌아와 앉았다 모두 여자 살림뿐이었던 것이다 남자용품은 양말 한짝도 보이지 않았다 여자 관리자에게 이런 아파트를 장만해주고 조철봉은 출입을 하지 않았단 말인가 머리를 갸웃하고 이맛살까지 찌푸렸던 민아는 압력밥솥의 신호음이 울리는 바람에 생각에서 깨어났다 그러고는 기운차게 일어났다조철봉의 전화가 왔을 때는 민아가 밥을 세공기나 먹고 노곤해져서 식탁 위에 놓인 그릇들을 치우지도 않고 소파에 앉아 있을 때였다 벨소리에 화들짝 놀랐던 민아는 곧 정신을 가다듬고는 전화기를 들었다 이곳에 전화를 걸어올 사람은 조철봉뿐인 것이다좀 쉬셨나조철봉이 휴가 마치고 돌아온 사람에게 던지는 인사말처럼 물었다예 덕분에그렇게 대답은 했지만 민아의 귀에서 후끈 열이 났다 조철봉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거긴 안전하니까 푹 쉬도록 해요 저녁 차려먹고저기민아의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렸다여기 주인은주인은 없어 서울로 돌아가서 앞으로는 오지 않을거요그러더니 조철봉이 짧게 웃었다거기 있는 가구나 옷도 가져가지 않을겁니다 그러니까 마음놓고 써도 돼요하지만그 여자가 도망간 것도 아니고 내가 보낸 것도 아냐 그쪽 사정이 있어서 갑자기 그만둔 것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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