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는 뜨거워진 손으로 다시 젓가락을 쥐었다회사가 요즘 어려워
김명화는 뜨거워진 손으로 다시 젓가락을 쥐었다회사가 요즘 어려워문득 박성민이 입을 열었다 숭늉을 마시던 김명화가 그릇을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좀처럼 없던 일이었다 가끔 지나가는 말처럼 회사 이야기를 던지기는 했지만 어렵다는 말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던 것이다자금 사정이 그래서 골치가 아파박성민도 숭늉그릇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그는 이제까지 냉랭해져 온 집안 분위기 탓을 그것으로 돌리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답답한 김에 불쑥 튀어나온 말인지도 몰랐다 어쨌든간에 김명화는 조금 당황스러웠고 잠자코 그의 말을 기다렸다9월에 20억이 부족해 10월에는 15억 정도눈을 깜박이던 김명화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녀의 계산으로는 엄청난 돈이었다전에 정부 공사를 잘못 받아버린 덕분에 적자가 계속 되었어방법은 없나요김명화가 겨우 물었다사채 시장에서도 우리 어음은 받지 않고 있어의외로 박성민의 얼굴은 풀려 있었다 모처럼 아내에게 어려운 입장을 털어놓는 분위기가 새삼스럽게 가슴에 와닿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아버지인 박회장을 제외하고는 이런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었다김명화는 잠자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숭늉그릇을 들고 있던 박성민은 시선이 마주치자 슬쩍 웃었다 예전에 그녀가 좋아했던 웃음이었으나 지금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젖가슴을 애무하던 박성민의 손길이 밑으로 내려오자 김명화는 두 다리에 힘을 주었다가 이내 늘어뜨렸다 박성민은 가쁜 숨을 내려 쉬며 그녀에게 열중하고 있었다 그와는 두 달 가깝게 관계를 갖지 않은 탓도 있었으므로 김명화의 몸도 재빨리 달아올랐다어떻게 해서 이런 분위기가 되었는지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었다 침대에 들고 난 박성민이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끌어당겼고 갑작스러운 일이어서 그의 행동을 거부할 명분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나자 그녀의 몸도 달아올라 소극적이던 자세는 어느덧 사라지고 뜨겁게 달려드는 몸짓이 되어 갔다박성민의 애무가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전에는 이렇게 하지 않았다 부드럽게 다가와 달아오르게 한 다음 김명화와 호흡을 맞춰갔던 것이다 그녀의 온몸을 입술로 더듬어 가던 박성민은 얼굴을 번쩍 들고는 몸을 세웠다 그의 더운 숨결이 얼굴에 닿자 저녁에 먹은 마늘 장아찌 냄새가 풍겼다가 금방 사라졌다그의 손이 거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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