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전해 들었다이반이 칼을 뽑아 칠
말을 전해 들었다이반이 칼을 뽑아 칠 듯이 어깨를 낮추면서 다시 웃었다내 형들과 아버님의 기백을 보았을 터 이제 내 칼을 받아 보아라그 순간 안희손이 칼을 뽑아 쳤다 실로 전광석화처럼 빠른 솜씨여서 서인기와허시옥은 숨을 삼켰다 이반이 베어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러나 다음 순간 그들은 눈을 부릅떴다 이반도 어느 사이엔지 칼을 뽑아쥐고있었는데 상반신이 비틀려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안희손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에 이반의 몸놀림을 놓친 것이다둘이는 눈 깜빡하기도 전에 각각 일합씩을 겨누었고 그 결과는 아직 알 수가 없다 둘이서 칼을 중단으로 겨눈채 석상처럼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안희손이입을 열었다대단한 발도술이다 여진의 어느 부족에서 전래된 발도술은 나무를 베고도 쓰러뜨리지 않는다는 말은 들었으나그리고는 안희손이 눈을 부릅떴다내가 겪는구나그 순간 서인기는 안희손의 발 밑에 흥건히 고인 핏물을 보았다 안희손이 베어진 것이다 그러나 어디를 베었는지 보지도 못했고 보이지도 않는다이반이 칼을 조금 치켜 들었으므로 허시옥과 서인기는 동시에 침을 삼켰다필부놈 관직과 재물이나 탐하면서 위로는 상전을 속이고 아랫사람들을 착취하는 기생충같은 놈낮게 말한 이반이 눈을 부릅떴다나는 지금 아비와 형을 대신하여 한을 푸는도다말이 끝난 순간에 안희손이 허리를 낮추면서 다시 칼을 날렸으나 이번에는 문관인 허시옥까지 그 칼바람을 똑똑히 보았다 그리고 이반이 몸을 뒤로 젖히면서치켜 세웠던 칼을 내려치는 것도 보았다안희손의 한쪽 팔이 칼을 쥔채로 함께 방바닥에 떨어졌다분하다안희손이 처절한 표정으로 신음처럼 말했을 때 이반의 칼날이 다시 날았다 목이잘려진 안희손의 머리가 방바닥을 굴러 허시옥의 발 밑에서 멈췄다 안희손이 곧나무토막처럼 쓰러졌을 때 서인기가 소리죽여 숨을 뱉았다대소 수십번의 접전을 치룬 서인기였으나 이렇게 빠르고 강력한 검법은 본 적이없다시체를 수습하시지요서인기가 아직도 얼이 빠져있는 허시옥에게 말했다안희손의 부하가 난동을 부릴 수도 있으니 죄상을 먼저 밝히셔야 합니다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겨우 정신을 차린 허시옥이 헛기침을 했다내가 날이 밝으면 곧장 조정에다 파발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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